취미활동/도시농부

임대텃밭 - (2023년 - 03 농사의 마무리)

Hong.sm 2024. 1. 10. 18:15

비료도 주고 막걸리 살충제도 뿌려보고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이미 유해균이나 벌레들은 천연 살충제에 내성이 있고, 화학적인 저독성 농약에도 잘 듣지 않는 판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비료 또한 마찬가지다.. 

화학비료를 써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도 농사의 성공여부가 갈릴 수 있으나,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비료가 제한되나 안타깝기만 하다..

 

11월 5일 경 배추

 

하지만 다행히도 배추는 어느정도 크기가 될만큼 자라고 있었고..

(겉은 이미 벌레에 다 먹혀서 버려야 할 수준이지만..)

11월 25일 경 배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었다.

 

2023년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며 몇가지 느낀점을 끄적여 보고자 한다.

 

도시텃밭이라는 제도..

참 좋다.

나같이 농사를 지어보고는 싶은데..

땅은 없고.. 그렇다고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땅을 사기엔 부담스럽고..

영농체험을 해보기엔 매우 좋다.

 

단, 제약이 너무 많았다.

1. 친환경 컨셉.. 전문가들이 해야할 수준의 친환경 농법을 초보자들에게 시키면.. 흥미가 사라질 뿐이다.

초보자는 친환경보다 잘 자라는 작물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전업농부가 아닌 도시농부라면, 본업을 하며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여름철 잡초방지를 위한 비닐 정도는 허락해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는 몰래 농약을 치는 농부도 있긴 했다.  일가족이 분무기에 농약을 담아와 조금씩 뿌리시는 모습을 보며, 관리감독도 안되고, 농사도 안되는 이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2. 좁은 공간에 여러 농부들이 존재함.

좁은 공간에 여러 농부들이 존재하다보니..

사실 소규모의 공유지에 최대다수에게 혜택을 주려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건 안다..

다만, 초여름부터의 잡초를 못이기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제는 한집이 농사를 포기하면 상하좌우 네집이 잡초의 영향을 받는다.  작년까지는 관리자분께서 잡초밭 잡초제거도 해주시고, 농사를 포기하시는 분들께 동의를 얻은 후 재 분양을 통해 열심히 농사지으시는분들께 재 분양을 하기도 했다고 봤다.  하지만 올해는 잡초밭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우리가족을 비롯한 보다못해 아쉬운 피해자들이 직접 예초기를 돌려 잡초의 침범을 막거나 하기도 하였다.

 

3. 치산치수

예로부터 산과 내를 잘 관리하는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자의 기본이다 라고 하였다.  특히 농경사회에 있어서 치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농경을 위해 모인 도시텃밭에서 치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가 오면 보름간 밭에 오지마라는 안내 메세지를 보낼 뿐이었고, 물이 매마르는 여름철에 물 공급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매일같이 민원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지하수의 자동 공급이 가능하였으나, 이웃 영농인들(진짜 농부분들)께서 지하수 관을 끊어버렸다고.. - 사실 부당하게 끊은 부분이라면 법적 조취를 취하던가, 해야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껏 부당하게 사용한 만큼 관리자분이 책임지시고 물 공급을 해주시는게 맞다고 본다 - 하여 관리자분이 매일 물탱크에 물을 채우셔야 한다고 했다.  고생하시는부분은 알겠다만.. 참여자들도 무료로 참여하는게 아니고 8만원이라는 이용료를 내고 참여한 부분이다.  100개 이상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으니, 실질적으로 참가비만 800만원선이라고 봐야한다.  연간 8백만원 큰돈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돈도 아니다.

한 농부분이 하소연 하시길.. 배수가 안되서 도로측 배수로 직접 삽으로 다시 다 팠다고 한다.  내가 분양받은 땅은 뒷쪽 배수로로 이용되어야 하는데 옆 영농인 분의 밭 사이의 옹벽이 무너진건지, 농지의 흙이 퇴적된건지 배수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뒤에 밭의 잡초가 물길마져 막아버려 앞쪽으로 배수를 시도하였으나, 사용하지도 못하는 중간 물 공급관이 그마저도 막아버려 비만 오면 늪이 되었다.

 

4. 기타 다른 부분들도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정기교육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내가 처음 배정받은 근로자의 날 연휴에 정기교육이 있다고 했다.  출장 등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추후 교육이 매달 열리니 반드시 참석하여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도 하고 친목도모를 하자고 하셨으나, 그 뒤로 게시글도 없고, 개인적인 연락도 없었다.

 

아쉬움이 많은 첫 텃밭이다.

 

최종목표인 나만의 농장(대규모까진 아니고 소규모 주말농장)을 갖는 그 순간까지 베란다에서든, 공영텃밭에서든 농사를 지어보고자 한다.  오늘 최종적으로 농장 관리자께서 보내신 메세지에 따르면 농장은 폐쇄되고 올해 더 이상 그 농토에서는 텃밭 분양이 없을 예정이라고 한다.  관리자분도 힘드셨겠지.. 나같은 사람이 100명이라니.. 다시 개장하는 그 시점에는 반드시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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